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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씨 번역물 2


The Other Gods

 

또 다른 신들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 꼭대기는 지구의 신들이 머무는 장소로써, 그 신들은 이 곳에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한때는 훨씬 낮은 위치였다. 허나 언제부턴가 평지에 사는 인간들이 눈과 경사진 바윗길을 측정하러 산에 오르기 시작함에 따라 신들의 거처는 갈수록 높아져만 갔고, 결국 세계 최고산으로 피신하는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신이 살았던 봉우리를 떠나게 되면서 지구 신의 표식도 함께 자취를 감췄다. 단 한번, 느그라넥이라 불리는 산면에는 새겼던 형상을 남겼다고 전해지고 있지만 말이다. 

 

  오늘날 지구의 신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혹한의 불모지인 미지의 카다스로 이주해서 살고 있다. 지상에 더 이상 사람들의 추적에서 자유로울 산봉우리가 없어지자 엄격하고 냉정하게 변모해버린 것이다. 지구의 신들이 인류에게 터전을 빼앗겨 고통받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인간이 카다스로 접근하거나 통과를 하는 일조차 없도록 철저히 금해두고 있다. 어쩌면 인간이 얼어붙은 황무지 카다스에 대해 무지함은 행운일지도 모른다. 이들이라면 분명 카다스를 찾아내기 위해 공연한 탐색을 벌일 것이 명백한 셈이다.


  종종 향수병에 빠진 신들은 야음을 틈타 과거의 봉우리로 찾아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잔잔한 눈물을 흘렸고,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며 비탈길에서 뛰어 놀았다. 인간들에게는 구슬피 우는 레리온의 새벽바람을 통해서 신들의 한숨이 들려왔으며, 흰 모자를 쓴 투라이산으로부터 떨어지는 눈물을 느꼈지만 빗소리에 지나지 않으리라 짐작했다.

 신들은 구름배를 타고 여행하는 습관이 있기에 현명한 농부들 사이에선 한밤중 구름이 자욱한 특정 지역의 산봉우리에는 오르지 말라는 전설이 있다. 이는 신들이 옛날처럼 너그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래 전, 스카이 강 건너 편에 위치한 울타에 지구신들의 모습을 보고자 하는 갈망을 가졌던 한 노인이 살았다. 그는 얼어붙은 땅, 머나먼 로마르의 프나코틱 필사본에 통달하고 7권의 신비의 서(書)를 탐독한 사람으로, 현명한 발자이가 노인의 이름이다. 울타의 주민들은 괴기스러운 월식이 일어나던 밤에 발자이가 어떻게 산에 올라갈 수 있었는지를 말한다.


 발자이는 신들이 왕래한다는 사실을 입에 올릴 만큼 많은 정보를 알았고, 스스로를 반신반인으로 여길 정도로 그들의 비밀을 추측하고 있었다. 울타의 시민들이 고양이 살육에 관한 놀라운 법령을 통과시켰을 당시 지혜로운 충고를 던지고, 젊은 사제 아탈에게 성(聖) 존의 축일 전야에 검은 고양이들이 열지어 향하는 곳을 귀띔해준 것이 발자이였다. 그는 지구의 신들에 얽힌 전승을 공부해가며 차츰 신의 얼굴을 꿈꾸게 되었다. 발자이는 자신이 습득한 엄청난 금단의 지식이 하늘의 진노로부터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고서, 한밤중에 신들이 있으리라 짐작되는 가파른 바위산 하테그 클라의 정상을 정복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름의 유래와도 같이 하테그 클라 산은 암석 사막 하테그에서도 멀리 떨어진 곳에 말 없는 신전의 수호상처럼 서 있었다. 신들의 기억을 상징하는 하테그 클라 주변의 안개는 언제나 산봉우리를 음침하게 감쌌다. 오랜 시간 전, 이 봉우리 위에서 안주했던 지구의 신들은 하테그 클라를 사랑했고, 가끔씩 구름 배를 타고 하테그 클라를 방문했다. 투명한 달빛 아래로 신들이 과거를 추억하듯 그립게 춤을 추는 하테그 클라의 비탈길에는 희미한 수증기가 드리워졌다.


 하테그의 주민들은 어느 때든 하테그 클라를 등반하는 것은 좋지 않고, 특히 달 아래 옅은 증기가 정상을 보이지 않게 가릴 때 산을 오르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제인 견습 사제 아탈과 함께 울타의 인근 마을에 도착한 발자이는 경고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여관집 아들 출신이었던 아탈은 때때로 두려워지기도 했지만 발자이의 아버지는 고성을 지배하는 영주였다. 그 같은 가문의 사람이 평민의 미신을 믿을 리 없었다. 발자이는 두려워하는 농부를 보고 크게 소리내 웃었을 뿐이다.


  발자이와 아탈은 농부들의 간청에도 아랑곳않고 하테그의 바위 사막속으로 들어갔다. 밤중에 그들은 모닥불 가에서 지구의 신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여행을 떠난 지 많은 나날이 흐르자 그들은 저 멀리서 우뚝 솓은 하테그 클라가 두른 음울한 안개의 광휘를 볼 수 있었다. 13일째 되는 날에 싸늘한 하테그 클라의 산기슭에 닿았고, 아탈은 두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연륜있고 지혜로운 발자이는 서슴없이 곰팡이 핀 프나코틱 필사본에 공포스럽게 기술된, 산수 기(期) 이래로 인간이 범접한 적 없었던 비탈길로 그를 이끌었다.


 울퉁불퉁한 산길은 낙석의 위험과 낭떠러지, 지면의 사이의 틈으로 위험천만했다. 이윽고 날씨는 싸늘해진데다 눈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발자이와 아탈은 장대와 도끼를 가저와 나무를 팼고, 위를 향해 힘겹게 올라가다 미끄러지는 일도 있었다. 마침내 기온은 떨어졌으며 하늘은 다른 빛으로 변했다. 두 등산가들은 호흡곤란을 느꼈지만 주변의 기묘한 경치에 놀라워했고, 달빛이 사라지며 희미한 수증기가 확산되는 산꼭대기에서 벌어질 일에 가슴졸인 채 묵묵히 앞으로 걸어갔다. 발자이와 아탈은 3일동안 세계의 지붕을 향해 드높이 올라가 달에 구름이 끼는 시기만을 기다리며 야영을 쳤다.


 4일간 아무런 구름도 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침묵에 잠긴 산꼭대기 주변의 음산한 안개를 지나 달이 차갑게 빛났다. 5일째 접어드는 밤하늘에 보름달이 뜨자 발자이는 먹구름이 먼 북쪽으로부터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눈치채서 아탈과 함께 그것을 보기 위해 일어났다. 오랫동안 증류가 소용돌이치고 하늘의 구름이 짙어지며 한층 긴장이 고조될 때까지 그들은 상황을 지켜보았다. 발자이는 신들의 전설에 능통했지만 그조차도 확실하게 소리를 듣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아탈은 수증기의 추위와 이 밤에 대한 외경심과 공포만이 생길 뿐이었다. 발자이는 산을 오르면서 초조하게 손짓으로 신호를 보냈지만, 아탈이 그를 따라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증기가 매우 자욱했기 때문에 산행길은 험난했다. 아탈이 가까스로 그를 따라잡았지만, 달빛이 구름으로 차단된 어두침침한 비탈길 위라서 발자이는 희미한 윤곽만 눈에 띌 뿐이었다. 그는 저 멀리에서 앞장을 서서 나아갔는데 나이답지 않게 아탈보다 훨씬 수월하게 오르는 모양이었다. 불굴의 용기의 소유자가 아닌 이상 지나치게 거대하다고 느낄 벼랑에서도 주춤하지 않았으며, 아탈이 도약하기엔 역부족이었던 널찍하고 칠흑같이 어두운 균열에서도 주저하기를 거부했다.

 

 발자이와 아탈은 그 와중에서도 광막하고 끔찍스러운 침묵을 고수하는 눈봉우리와 대답 없는 바위 언덕에 위압당했고, 가끔씩은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거나 미끄러졌지만 거침없는 걸음으로 바위 산맥의 갈라진 표면을 밟아가며 전진했다.


 아탈이 외부를 향해 돌출되어 지구신들의 독려를 받지 못한 등산가의 앞길을 가로막는 기기묘묘한 절벽을 가늠하던 중이었다. 어느 순간 그의 눈 앞에서 발자이가 없어졌다. 아탈은 달빛 아래로 짙은 안개에 감춰진 신들의 회장이 이제 가까워졌다는 양 점차 강해져만 가는 불빛에 신비로운 감정을 품었고, 먼저 정상에 도착하면 어떻게 할 계획인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가 뾰죽하게 튀어나온 벼랑과 하늘로 기어올라가자 아탈은 자신의 상상보다 더 아연한 전율을 느꼈다. 그러자 짙은 안개를 뚫고서 희열에 가득 찬 발자이의 함성이 들려왔던 것이다.


「신들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하테그 클라의 지구신들이 환락 속에서 노래하는 소리가 내 귀로 들리는구나!  나, 선지자 발자이는 드디어 지구신들의 음성을 들었노라! 안개는 걷혀가고 달은 휘영청 밝아져만 가는구나, 이제 나는 사랑했던 하테그 클라에 올라 격렬하게 뛰노는 지구신들의 모습도 보게 되겠지. 그럼 발자이의 혜안은 그를 지구의 신보다 위대하게 만들 것이니, 모든 마술과 장벽들은 내 앞에 무력해지리. 발자이는 신을 보도다, 도도한 신을, 비밀스런 신을, 인간의 시선을 거부한 지구의 신들을!


 아직 발자이에게 들린다는 음성은 들려오지 않았다. 이제 아탈은 벼랑과 거의 접근했고, 다음 발을 디딜 자리를 찾는 상태였다. 그러더니 발자이의 목소리가 더욱 날카로워지고 격정적으로 바뀌었다.


「안개는 매우 옅어지고, 달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지구신들의 목청은 점점 높아지고 사나워지며, 저들보다 위대한 발자이의 출현에 두려움으로 떨고 있노라. 깜박이는 달빛을 가로지르며 신들은 춤을 추고 있다. 나, 발자이는 월광 아래로 그들이 울부짖고 날뛰며 춤추는 모습을 보리니...  빛은 어둑해지고 신들은 공포에 질린다...


 발자이가 이런 소리를 크게 지껄여대는 동안, 아탈은 음산한 변화가 하늘로 번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지구의 법칙이 그보다 위대한 법칙에 의해서 정복당한 것처럼.. 산길은 점점 험해져 왔지만, 그 윗 부분은 두려울 정도로 지나치기 쉽게 이루어져 있었다. 벼랑도 더이상 그에게 장애물이 아니었다. 아탈은 뾰족한 벼랑에 도달하자 아슬아슬하게 미끄러져 우툴두툴한 산면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달빛은 의심스러우리만치 약해졌다. 아탈이 상층의 구름을 향해 몸을 던지자 발자이가 어둠 속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달은 암흑으로 변했도다. 야간에도 신들은 춤을 추고 있지. 하늘에는 공포가 어리고, 달의 정상은 인간이나 지구신들에 관한 어떤 책에서도 설명한 적 없는 월식으로 인해 잠겨들어가고 있다... 하테그 클라엔 알수 없는 주술이 걸려 있노라. 신들의 비명소리는 즐거운 웃음으로 변해가고, 나의 몸이 떨어지는 동안 얼어붙은 경사로는 흑암의 천상으로 향하는 끝없는 길로 이어지고 있으니.. 하! 하! 드디어! 발자이는 깜박이는 빛살 속에서 지구 신들의 얼굴을 목도하노라!


 다음 순간 아탈은 상상할 수도 없이 가파른 경사로에서 미끄러지고 있었는데, 어둠을 통해서 메스꺼운 웃음소리와 뒤섞여 플레게톤 강의 끔찍한 몽환들 이외에는 부를 자 없는 울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일생에 겪는 모든 공포와 격노가 극악한 어느 한 순간에 압축되어 울려퍼지는 반향이었다.


「다른 신들이다! 저들은 외부의 신이야! 나약한 지구의 신들을 비호하는 지옥 너머의 존재들이다! ...고개를 돌려라... 어서 산에서 내려가.. 절대로 처다보면 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신들을 바라보아선 안 돼!  저기 있는 저주받을, 염병할 놈의 심연이... 바로 무한한 지옥의 복수였어... 자비로우신 지구의 신들이시여, 지금 하늘이 저를 집어삼키고 있사옵나이다!


 

아탈은 눈을 질끈 감고서 귀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미지의 고도에서 떨어지는 소름끼치는 중력을 견뎌내려고 몸을 웅크렸다. 그곳에는 선량한 농부들과 하테그의 정직한 공민들, 니르와 울타 시민들을 잠에서 깨우고, 어떤 책에서도 전래가 없는 기괴한 월식이 벌어질 때마다 주시하게 만든 하테그 클라의 뇌성이 울려펴지고 있었다. 달빛이 다시 세상을 비추기 시작했을 때, 아탈은 지구의 신들이나 또 다른 신들의 눈으로부터 벗어난 설산 아래에서 편안한 몸이 되어 있었다.


낡아빠진 프나코틱 필사본에서는 세계가 청년기였던 시절에 산수가 하테그 클라의 정상을 정복했다고 나와 있으나, 그곳에서는 형언할 수 없이 수북히 쌓인 얼음과 바위투성이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다고 적혀 있다. 이후 니르, 울타 그리고 하테그의 남자들은 두려움을 걷어 내고 현명한 발자이를 찾아 을씨년한 하테그 클라의 골짜기를 올라갔으나, 정상에는 바위에 조각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하고 기이한 50 큐빗 크기의 문양이 찍혀 있었다. 거대한 끌을 이용해 돌을 쪼갠 것 같았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프나코틱 필사본의 가장 섬뜩한 부분에서 발췌한 문양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 이 사실만이 유일한 수확이었다.


 

현명한 발자이는 결코 돌아오지 않았다. 신성한 사제가 된 아탈에게 발자이의 영혼의 안식을 빌어달라며 그를 설득하러 오는 이도 없었다. 게다가 현재까지도 울타와 니르, 하테그의 시민들은 월식을 두려워하며 달이 뜬 밤 창백한 수증기가 산 정상에 드리울 때 신들에게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하테그 클라의 안개 위에서 가끔씩 지구의 신들은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 그리운 동작으로 춤을 춘다. 이는 자신들이 안전하기를 알기 때문이며, 구름배를 타고 옛 길가에서 놀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마치 세상이 오래되지 않았고, 인간이 도달하기 어려운 지역에 접근하려 들지 않던 그 시절처럼 말이다.

 

 

-끝-

 

by 사후경직 | 2006/09/05 22:24 | 트랙백 | 덧글(0) | ▲ Top
러브씨 번역물

 

 

 

 

 

 What The Moon Brings

 

달빛이 일으키는 것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지음
1922년 6월 5일 작성
1923년 「네셔널 아마추어」지 45호, 5쇄 9 페이지에 발간


 나는 달이 몹시 증오스럽다. ㅡ실은 두려워하고 있다.ㅡ 내가 사랑하는 일상적인 광경도 달빛을 받다 보면 가끔씩 공포스러운 미지의 장면으로 돌변하고 마니까.

 

 내가 거닐던 정원에 달빛이 내리쬐던 어느 음산한 여름의 일이다. 환각을 일으키는 꽃들과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잎사귀의 바다가 다듬어지지 않은 여러 가지 양상의 몽상을 하게 만드는 불안한 여름날이었다. 청명하게 흐르는 시냇가 주위를 산보하던 내 눈에 보기 드문 형태의 물흐름이 밝은 빛을 발산하며 기울어지는 모습이 들어왔다. 마치 그건 고요한 물결이 아무 저항도 못한 채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외부의 대양으로 흐르는 조수에 흡수되어 가는 것 같았다. 수면은 조용했지만 마구 번득였고, 환한 빛을 띄었으나 불길하게 느껴졌다. 달의 저주를 받은 급류는 점점 거세졌으며 어디로 향하는지 종잡을 수 없었다. 이윽고 수목으로 감춰진 강둑에서 만발한 하얀 연꽃송이가 하나둘씩 몽롱한 밤바람을 타고 실려 오기 시작했다. 연꽃들은 하염없이 물살 속으로 떨어져 아치형으로 축조된 다리 아래로 무섭도록 소용돌이치며 내려갔다. 그리고 오싹한 체념의 표정을 조용히 죽은 자의 얼굴에 띄우고 배후를 주시했다.


 나는 나를 유혹하는 시체들과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강기슭을 홀로 미친듯이 뛰어다녔다. 난폭하게 발을 놀리는 바람에 잠자던 꽃들을 짖밟고 말았지만, 그때 나는 달빛을 받고 있는 이 정원에 출구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낮에는 분명 벽이 서 있었던 자리엔 이제 나무들과 꽃, 석상과 관목과 높다란 탑이 늘어섰고, 노랗게 빛나는 물흐름이 풀이 무성한 제방을 굽이쳐 기괴하지만 경이로운 다리 밑으로 흐르는 길이 펼쳐져 있었을 뿐이었다. 연꽃이 지닌 죽은 자의 얼굴은 입술을 움직여 내게 따라오라며 비통하게 속삭였다. 나는 조류가 이내 강이 되어 흐르고, 그것이 갈대가 산들거리는 늪과 이름 없는 광대무변한 해안가에 있는 미광(微光)을 발하는 모래사장의 중심부에 합류할 때까지 계속 걸어갔다.


 바다 위에서 끔찍스런 달이 빛났고 무음의 파도를 넘어 기묘한 냄새가 풍겨왔다. 나는 얼굴이 달린 연꽃이 자취를 감췄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선, 그것들을 사로잡아 달이 한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낼 심산으로 오랜 시간동안 꼼짝하지 않고 기다렸다. 그러나 달이 서쪽으로 이동했을 때에도 음울한 해안에서는 여전히 물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파도가 가리지 못한 덕에 나는 해조류로 엮은 화관으로 기둥을 치장한 원추형의 탑을 볼 수 있었다. 모든 망자들이 이 바다 밑의 거처로 찾아온다는 사실을 눈치체자, 나는 다시는 얼굴을 가진 연꽃과 대화하지 않으리라고 맹세하며 두려움에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내가 바다 속으로 깊숙히 들어가기 전, 검은 콘도르 한 마리가 하늘 저편에서 날아와 휴식을 취할 암초를 찾아다닌 적이 있다. 나는 이들이 생전 나와 알고 있었는지 궁금해져 지금 그에게 몇가지 질문을 할 요량이었다. 허나 당시에 내가 그런 마음을 품은 이유는 콘도르가 나와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콘도르는 나와 너무나 먼 거리에 있었으며 거대한 암초 가까이로 날아간 뒤에는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가라앉은 달 아래에서 밀물과 썰물이 들이치는 것을 지켜보며 원추형 탑의 인광과 높게 솟은 다른 탑루를, 습기로 가득 찬 죽음의 도시의 지붕들을 처다보게 되었다. 도시를 관망하고 있을 즈음, 내 후각은 세계의 시체가 풍기는 다른 냄세를 압도하는 강렬한 악취에 접근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이 정치되지 않은 망각의 장소는 실로 온 묘지의 시체를 모아놓고 살찐 바닷벌래가 마음대로 갉아먹도록 방치해둔 것이었다. 참혹한 정경 위로 악마같은 달이 매우 느릿느릿하게 부상했다. 그것조차 바다의 비대한 곤충들이 음식을 섭취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몸부림치는 벌래 무리 밑에 생긴 파장을 바라보던 와중, 콘도르가 날아간 머나먼 곳으로부터 새로운 한기가 나를 엄습했다. 마치 내 눈이 그것을 목격하기도 이전에 육신이 공포의 포로가 되어버린 것처럼 말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내 몸이 전율할 리는 없다. 내 눈꺼풀이 움직이자, 나는 물이 아주 서서히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고 전에 테두리로나마 보였던 거대한 암초의 대부분을 바라볼 수 있었다. 거대한 암초는 사실 소름끼치는 형상이 쓴 검은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왕관이었고, 이 형상의 기괴한 이마가 어슴푸레한 월광을 받아 드러났던 것이다! 괴물의 메스꺼운 발굽은 필경 여기서부터 몇 마일 떨어진  몸서리쳐지는 진흙탕을 긁고 있을 것이리라. 남은 얼굴이 마저 수면 위로 드러나 그 눈으로 나를 봐서는 안 되었기에, 나는 나를 곁눈질하는 배신자같은 달로부터 필사적으로 달아나며 쉴세없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이 극악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나는 세상의 송장들 위에 피둥피둥한 바닷벌래가 축연을 벌이는 해초투성이 벽과 수몰한 거리의 심장부인 악취 나는 심연으로 망설이지 않고 뛰어내렸다.

 

-끝-



 

 

 

by 사후경직 | 2006/09/05 22:11 | 트랙백 | 덧글(0) | ▲ Top
[번역] 미-고
 

Mi-Go 미-고

The Mi-Go are fictional characters of the Cthulhu Mythos, a race of alien beings created by Howard Phillips Lovecraft.

미-고는 크툴루 신화에 등장하는 허구의 생물로써, H.P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해낸 외계 생명체의 한 갈래이다.


The Mi-Go (or Fungi from Yuggoth) resemble human-sized crustaceans with wings that allow them to fly through the vast reaches of outer space. Although they originate from beyond our solar system, they have set up an outpost on Pluto (known as Yuggoth in the mythos) and sometimesvisit Earth to mine for minerals and to get various other natural resources.

 미-고(혹은 유고스의 균사류들)는 비막을 달고 광활한 외계를 누비는 성인 크기의 갑각류에 비유할 수 있다. 그들은 우리 은하계 너머에서 파생된 종이지만, 이미 명왕성에 전초기지를 건설해 놓았으며 (크툴루 신화 속의 '유고스' 항목에서 확인되었듯이), 때때로 지구의 광맥에서 광석들과 기타 자원들을 얻기 위해 우리들을 방문하는 일도 있다.

They can carry humans from Earth to Pluto and back by removing the human's brain from his skull and placing it in a "brain canister", which can be attached to external devices to allow it to hear, see, and speak.

그들은 인간을 지구로부터 명왕성에까지 이동시킨 다음, 뇌를 두개골로부터 때어낸다. 절단한 뇌는 "두뇌 보관함"이라고 불리는 곳에 담겨지고, 그들은 이 뇌를 외부 장치에 접속시켜 지구에서 보고, 듣고 말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

These creatures were first featured in the short story "The Whisperer in Darkness" by H.P. Lovecraft.

미-고는 "어둠 속의 속삭임"이라는 러브크래프트의 단편에 처음 등장하였다.

 

by 사후경직 | 2006/04/12 00:28 | 트랙백 | 덧글(3) | ▲ Top
토쳐드 소울즈 - 아고니스테스







천지창조의 숨겨진 일면 -「아고니스테스」

「내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적들의 공포」



-1-

그는 인간의 살점을 변형시키는 자이자 괴물을 창조하는 자이다. 애원자들이 고통을 갈망하며 변형에 대한 거대한 허기 -변형에 수반되는 고통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면서도- 를 이루기 위해 그를 찾아오면, 그는 그들의 소원을 이루어 준다. 그들은 그의 손에 의해 일그러진 미의 조형물이 된다. 그들의 육체는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독특한 형태로 재창조된다. 지난 세월동안 이 생물체는 실로 수많은 이름으로 불리워졌지만, 우리는 그가 처음으로 받은 이름인 아고니스테스라 부를 것이다.

그와의 만남을 원하는 자들이 그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보통은「불타오르는 지역」, 불모지라 불리우는 곳에서 그를 부를 수 있다. 하지만 때때로 절망이 희망과 사랑에 대한 모든 믿음을 봉인한 우리 도시 의 「불타오르는 지역」 에서 그를 찾을 수 있다.그는 조용히 행동한다. 그의 출현은 단지 미진한 뜬소문 정도이므로, 매우 알아차리기 힘들다. 그는 주로「불타오르는 지역」에서 애원자들을 기다린다.

애원자가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데에는 결코 강압적인 힘은 존재하지 않는다. 애원자가 동의하기 전까지는 그 어떤 최소한의 잔혹도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그들이 그 후에「예」 라고 대답하여 일단 일이 시작되게 되면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애원자들은 즉시 죽음을 맞이해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주기를 애걸한다.

그들은 칼질과 불질로 가해지는 끔찍한 수술에 직면한 후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울부짖게 된다. 그러나 아고니스테스의 마음을 흔들어 편안한 죽음을 선사하게 만든 자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가롯 유다였다.그는 아고니스테스가 처참하게 나무에 메달자 강렬히 발버둥쳤던 예수 그리스도를 배반했던 12사도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비명과 신음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을 마친 후, 때때로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면 두번째 수술을 위해 며칠 후 다시 찾아가기도 한다.
종종 아고니스테스가 애원자들에게 고통에 대한 작은 보답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노래를 부른다. 그것은 세상의 공용어로 불러지는 자장가 혹은 고통을 달래는 노래이다.

그리고 만약 그가 애원자들에게 동정심을 느끼는 경우엔 아고니스테스는 은으로 된 가장 좋은 칼로 자신의 머리의 부드러운 살점이나 입술을 잘라 그들에게 먹인다. 전설에 따르면, 아고니스테스의 살점보다 기운을 복돋어주는 최상의 음식은 없었다. 아고니스테스는 애원자들의 혀를 자르므로서 그들에게 영원히 지속될 공포를 잊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을 천국의 고요함 속으로 인도한다.

그리고 나서 그의 고객들이 진정되면 아고니스테스는 그의 일을 계속한다. 자르고,비골을 제거하고,태우고,상처를 소작하고,벌리고,비틀고,바꾸어 끼우면서.
때때로 그는 애원자들에게 거울을 보여주어 그들이 얼마나 정상적인 모습에서 변형되었는가를 감상하게 한다. 혹은 아고니스테스가 그들에게 결과가 놀라울 정도로 만족스럽다고 이야기하게 되면, 몽롱한 고통속에서도 애원자들은 자신들이 어떤 형태로 변형되었는지 어렴풋이 상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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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니스테스가 이룬 업적은 예술이다.

그는 이것을 최초의 예술이라고 믿었다. 새로운 살점들을 만드는 것이 신이 생명을 부여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고니스테스는 신을 믿었다. 그는 밤낮으로 기도했다. 그처럼 많은 비관자들이 굶주린 귀족들과 함께 그를 찾아와 끔찍한 모습으로 변형시켜 주기를 애걸하는 행위가 만연한 이 도시에 대해 신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분명히 신은 아고니스테스가 하는 일에 제재를 가하는 것 같진 않았다. 왜냐하면 그가 지구상에 나타난 2,500년 동안 그가 신성한 예술이라고 부르는 일들을 하는 동안에 그의 신변에는 아무런 해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백하게 그는 번영하고 있었다.

아고니스테스의 고객이 되었던 사람들 중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처형을 허가한 로마의 총독 폰티어스 빌라도와 같이 우리의 역사속의 중요한 인물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었다. 그는 권세가와 깡패, 실패한 배우와 건축가 -남편의 불륜을 알아차리고 간통자를 응징하기 위해 변형을 원하던 여인, 여선생과 향수 가게 점원, 동물조련사와 숯장이를 변형시켰다. 강한 힘을 지닌 사람과 하찮은 사람, 귀족과 천민. 그들이 거짓없는 애원을 할수록, 그들의 기원이 순수할수록, 아고니스테스는 그들에게 관심을 보였다.

아고니스테스, 그는 누구인가? 예술가 혹은 사도에게 심취한 자, 인간의 뼈와 살을 바꾸는 자?
아무도 그의 진정한 실체를 모른다. 바티칸 도서관에는 17세기 중반의 카디날 게일레마에 의해 쓰여진 「신의 광기에 대한 논문」이라는 이단 서적이 있다. 그 책에서 게일레마는 창세기에 기술된 세계의 창조에 관한 부분 중 여러 부분이 잘못되었으며 그에 대한 증거 중 하나가 여기 있다고 하였다. 게일레마가 주장하길 창세기의 7번째 날 신은 쉬지 않았다. 그는 창조물들의 아름다움에 황홀해하며 계속 작업을 하였다. 소진한 상태에서 그가 창조해낸 것은 낙원에 살 수 있을 법한 완벽한 것이 아니었다. 하루가 지나자 창조의 영광에 대한 혼란스러움 때문에, 그는 아름다웠던 그의 창조물들을 추하게 바꾸었다. 악마. 이것은 처음 6일째 그가 만들려고 했던 완벽한 아름다움의 창조물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었다.

여호와가 만든 창조물 중의 하나가 아고니스테스라고 카디날은 언급했다. 이것이 아고니스테스가 천국에 있는 신에게 기도하는 이유이다. 카디날 게일레마에 따르면, 최소한 아고니스테스도 신의 창조물 중의 하나였다.

그러면 신에 대한 '아고니스테스'의 왜곡된 충성심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지난 수세기 동안, 그가 무력함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수없이 많은 기도자들에 대한 유일한 대답을 한 것이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때마다 내용이 약간씩 바뀌긴 하였지만, 그 원본은 항상 같았다.

「오, 아고니스테스. 어둠의 해방자는 나를 적들의 악몽 속으로 몰아 넣었소
나의 살점을 그들에게 공포를 선사하도록 산산조각 내 주시오
나의 뼈를 갈아 그들의 죽음을 알리는 종으로 만들어 주시오
나에게 노래를, 절망의 노래를. 그들이 깨어나서 침대 위에서 노래하는 나를 발견할수 있도록
나를 파괴하시오, 나를 망가뜨리시오, 나를 변형시키시오
그리고 만약, 아고니스테스 당신이 이를 할 수 없다면 나를 배설물로 만들어 버리시오. 그 무엇보다도 하찮은 존제로
내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적들의 공포 뿐


선택은 주인님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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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쳐드 소울즈는 국내에는 헬레이저의 감독으로 더 많이 알려진 소설가 클라이브 바커의 작품이다. 사실 바커의 작품은 피의 책 이외엔 우리나라에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인지도는 극히 낮아서 현제 절판된 도서이다. 피의 책은 "한밤의 식육열차(midnight Meat Train)"과 후편 요괴 렉스로 나누어져서 출판되었다. 말하자면 1,2권이 나온 셈인데, 해외에센 3,4권도 발행되어 있다. 영문이라서 구입하려면 아마존을 통해야만 할 듯.

바커는 공인된 게이이다. 그는 영국 리버풀 출신이며 젊었을 때 극단에 들어가 시나리오와 연기를 연마했다. 극단에서 쌓은 경험이 그의 영화 연출에 상당히 도움이 된 듯하다. 바커는 어둠고 우중충한 분위기의 호러소설을 이후 써서 발표했는데, 대체적으로 고딕 호러에 속하며 세간으로부터 상당한 찬사를 받았다. 피의 책이 영국 환상문학상을 받으면서 그의 이름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뛰어난 문장력과 구성은 아니었지만 독특한 상상력과 작품 밑바닥에 깔려있는 음울한 메세지가 독자들에게 매력적이었던 것. 스티븐 킹은 그를 호러소설의 미래라며 칭찬하기도 했다.

그런데 바커가 소설가 이외에 영화감독을 맡게 된 이유는 바로 소설의 영화화 때문이었다. 국내에선 "악마의 마력"이라고 출시된 작품과 미출시작 "transmutation"의 영상이 기대 이하였으며 오히려 그의 소설을 깎아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악마의 마력은 오래된 국내 비디오 대여점에서 구할 수 있다.

어쨌든간 바커는 자신이 직접 영화를 만들겠다며 영화계로 뛰어들었다. 그가 처음 찍은 영화은 헬레이저였다. Hellbound Heart라는 소설을 모태로 만든 작품이었다. 헬바운드라는 부제는 토니 렌들 감독의 [헬레이저 2]에서 재활용되기도 한다. 헬레이저의 촬영기법과 장면 구성은 지극히 실험적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장점이 되어, 그가 만들어낸 "현실과 밀접하지만 동떨어진 판타지"라는 느낌을 강하게 살려 주었다. 호러 팬들은 헬레이저에 열광했다. 극중 등장인물이자 바커의 친구 더그 브레들리가 분한 "핀헤드(Pinhead)"와 "수도사(Cenobite)"들은 여태껏 보지 못한 특이하고 무시무시한 외모를 하고 있어 진부한 분장의 호러 캐릭터들에 질린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헬레이저는 4편까지 바커가 직접 참가했다. 그 이후의 속편은 앞서 만들어진 영화처럼 차즘 망가저 가기 시작해 외면을 받았다. 아이러니컬한 일. 헬레이저에 관해선 조만간 말할 기회가 올 것이다.

바커는 이후 안정된 촬영기법으로 "캔디맨", "나이트브리드"를 영화화했다. 그는 "일루션"이후로 더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그는 오랫동안 내버려두었던 자신의 본업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 [아바라트]와 [시간의 도둑]을 썼고, 또 게임 제작자로 활동해 "언다잉"을 발표했다. 그는 미국 피규어의 명가인 멕팔레인사와 계약하여 자신이 디자인한 캐릭터들을 상품으로 만들어 팔았다. 그것이 고통받는 영혼들(Tortured Souls)이다.클라이브 바커는 각 캐릭터들마나 작은 파트를 만들어 소책자를 끼워넣었다. 그래서 토쳐드 소울즈란 소설은 각각의 부제-아고니스테스,사이드 매스터,루시디크,탈리삭,베날 아나토미카,몽그로이드-로 나뉘어지게 되었다.

나는 바커가 가진 가장 큰 재능이란 시각적 효과의 창출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디자인한 것들-그는 매우 뛰어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화가이다-은 대부분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한 형태를 띄고 있으며 잊혀지기 어려운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그가 헬레이저에서 시도한 연출은 매우 자학적이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중세에나 볼법할듯한 고문기구를 자신의 몸에 달고 다닌다. 수도사들은 철저하게 금욕적이며 치렁치렁한 망토의 검은 제복을 착용한다.그들은 타인에게 고통의 미학과 쾌락에 대해 설명한다. 클라이브 바커의 캐릭터들은 끔찍하고 잔인하다. 그가 전념하고 또 계속하고 있는 [고통]은 결과적으로 [공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반면에 그가 가진 소설적 재능은 간단하다. 딱딱하고 정돈된 현실에 섹스와 초현실, 그리고 극단적인 폭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의 판타지란 앞서 말했듯 "현실과 밀접하면서도 동떨어진 판타지"이다. 헬레이저의 수도사들은 조그만 큐브를 통해 소환된다. 나이트브리드의 괴물들은 누군가가 그들을 찾아오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캔디맨은 그의 이름을 반드시 불러야만 등장한다. 대체 이 모든 것들이 왜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 못하게 만들고 있는가? 그것은 바커가 가진 교묘한 기술이다. 그가 처음에 서술하고 보여준 세상은 우리들의 세상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렇지만 등장인물이 취한 어떤 사소한 행동만으로도 그 세계는 이세계로 변모한다. 그리고 또 절정과 결말의 부분에서, 그들의 세상은 다시 한번 우리들과 흡사해진다. 하지만 초현실은 이제 그들의 세상과 공존한다. 예전엔 전혀 있을 수 없었던 일들은 더이상 불가능하지 않다. 비록 예전과 흡사한 처지로 돌아왔지만, 바커가 만들어넨 기괴한 초현실은 여전히 벽 너머에서 주인공들을 주시하고 있다. 이것이 바커의 판타지를 몽환적으로 만드는 이유이다.

토쳐드 소울즈도 이러한 특징을 그대로 대습하고 있다. 아고니스테스는 핀헤드와 마찬가지로 고통의 미학을 설파한다. 헬레이저 시리즈의 3부작에서 악마로 변한 핀헤드가 보여주듯이 그들은 핸드메이드(handmade)를 만들어낸다. 역시 토쳐드 소울즈의 결말은 비현실과 현실의 공존이다. 프라모디움과 도시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지만, 여전히 괴물들은 존재한다. 그들은 사라지지 않고 시민들과 함께 사는 처지가 되었다.

토쳐드 소울즈의 문체는 여태껏 바커가 보여주었던 문체와 전혀 다르다. 이 소설에선 단조롭지만 보다 시적인 문장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특징들은 그의 소설을 예전보다 더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와 같은 고딕 호러와 흡사하게 만든다.그가 고딕 호러를 얼마나 잘 계승하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 될 것이다.

토쳐드 소울즈에 나온 등장인물들의 디자인들은 "헬레이저"시절보다 자극적이지만 더 통속적이다. 가장 창조적인 형상의 탈리삭조차도 멕팔레인사의 몬스터가 보여준 상상력과 그리 달라보이지 않는다. 아마 토쳐드 소울즈가 2001년에 발매된 제품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하지만 여전히 바커는 독보적인 존재이다. 그는 앞으로 우리들에게 주요한 혁신들을 보여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들이 그를 지켜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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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필작성입니다. 본인이 슬럼프라서 그런지 글을 좀 허접쓰레기처럼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틀린 부분 있으면 지적을 부탁드립니다. (__)
by 사후경직 | 2005/09/28 08:30 | 그 외 | 트랙백 | 덧글(0) | ▲ Top
쿠르스가와 아야카



쿠르스가와가문의 차녀. 본인 이상형의 정점인 쿠르스가와 아야카.


사실, 모든 미연시게임을 통틀어서 그녀야말로 가히 최고.본인은 그녀를 일반적인 성적 상상과 결부시킬 수 없다. 아픈 추억이 많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그만두도록 하자.
by 사후경직 | 2005/09/28 01:14 | 생각 | 트랙백 | 덧글(3) | ▲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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