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The Moon Brings
달빛이 일으키는 것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지음
1922년 6월 5일 작성
1923년 「네셔널 아마추어」지 45호, 5쇄 9 페이지에 발간
나는 달이 몹시 증오스럽다. ㅡ실은 두려워하고 있다.ㅡ 내가 사랑하는 일상적인 광경도 달빛을 받다 보면 가끔씩 공포스러운 미지의 장면으로 돌변하고 마니까.
내가 거닐던 정원에 달빛이 내리쬐던 어느 음산한 여름의 일이다. 환각을 일으키는 꽃들과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잎사귀의 바다가 다듬어지지 않은 여러 가지 양상의 몽상을 하게 만드는 불안한 여름날이었다. 청명하게 흐르는 시냇가 주위를 산보하던 내 눈에 보기 드문 형태의 물흐름이 밝은 빛을 발산하며 기울어지는 모습이 들어왔다. 마치 그건 고요한 물결이 아무 저항도 못한 채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외부의 대양으로 흐르는 조수에 흡수되어 가는 것 같았다. 수면은 조용했지만 마구 번득였고, 환한 빛을 띄었으나 불길하게 느껴졌다. 달의 저주를 받은 급류는 점점 거세졌으며 어디로 향하는지 종잡을 수 없었다. 이윽고 수목으로 감춰진 강둑에서 만발한 하얀 연꽃송이가 하나둘씩 몽롱한 밤바람을 타고 실려 오기 시작했다. 연꽃들은 하염없이 물살 속으로 떨어져 아치형으로 축조된 다리 아래로 무섭도록 소용돌이치며 내려갔다. 그리고 오싹한 체념의 표정을 조용히 죽은 자의 얼굴에 띄우고 배후를 주시했다.
나는 나를 유혹하는 시체들과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강기슭을 홀로 미친듯이 뛰어다녔다. 난폭하게 발을 놀리는 바람에 잠자던 꽃들을 짖밟고 말았지만, 그때 나는 달빛을 받고 있는 이 정원에 출구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낮에는 분명 벽이 서 있었던 자리엔 이제 나무들과 꽃, 석상과 관목과 높다란 탑이 늘어섰고, 노랗게 빛나는 물흐름이 풀이 무성한 제방을 굽이쳐 기괴하지만 경이로운 다리 밑으로 흐르는 길이 펼쳐져 있었을 뿐이었다. 연꽃이 지닌 죽은 자의 얼굴은 입술을 움직여 내게 따라오라며 비통하게 속삭였다. 나는 조류가 이내 강이 되어 흐르고, 그것이 갈대가 산들거리는 늪과 이름 없는 광대무변한 해안가에 있는 미광(微光)을 발하는 모래사장의 중심부에 합류할 때까지 계속 걸어갔다.
바다 위에서 끔찍스런 달이 빛났고 무음의 파도를 넘어 기묘한 냄새가 풍겨왔다. 나는 얼굴이 달린 연꽃이 자취를 감췄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선, 그것들을 사로잡아 달이 한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낼 심산으로 오랜 시간동안 꼼짝하지 않고 기다렸다. 그러나 달이 서쪽으로 이동했을 때에도 음울한 해안에서는 여전히 물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파도가 가리지 못한 덕에 나는 해조류로 엮은 화관으로 기둥을 치장한 원추형의 탑을 볼 수 있었다. 모든 망자들이 이 바다 밑의 거처로 찾아온다는 사실을 눈치체자, 나는 다시는 얼굴을 가진 연꽃과 대화하지 않으리라고 맹세하며 두려움에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내가 바다 속으로 깊숙히 들어가기 전, 검은 콘도르 한 마리가 하늘 저편에서 날아와 휴식을 취할 암초를 찾아다닌 적이 있다. 나는 이들이 생전 나와 알고 있었는지 궁금해져 지금 그에게 몇가지 질문을 할 요량이었다. 허나 당시에 내가 그런 마음을 품은 이유는 콘도르가 나와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콘도르는 나와 너무나 먼 거리에 있었으며 거대한 암초 가까이로 날아간 뒤에는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가라앉은 달 아래에서 밀물과 썰물이 들이치는 것을 지켜보며 원추형 탑의 인광과 높게 솟은 다른 탑루를, 습기로 가득 찬 죽음의 도시의 지붕들을 처다보게 되었다. 도시를 관망하고 있을 즈음, 내 후각은 세계의 시체가 풍기는 다른 냄세를 압도하는 강렬한 악취에 접근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이 정치되지 않은 망각의 장소는 실로 온 묘지의 시체를 모아놓고 살찐 바닷벌래가 마음대로 갉아먹도록 방치해둔 것이었다. 참혹한 정경 위로 악마같은 달이 매우 느릿느릿하게 부상했다. 그것조차 바다의 비대한 곤충들이 음식을 섭취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몸부림치는 벌래 무리 밑에 생긴 파장을 바라보던 와중, 콘도르가 날아간 머나먼 곳으로부터 새로운 한기가 나를 엄습했다. 마치 내 눈이 그것을 목격하기도 이전에 육신이 공포의 포로가 되어버린 것처럼 말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내 몸이 전율할 리는 없다. 내 눈꺼풀이 움직이자, 나는 물이 아주 서서히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고 전에 테두리로나마 보였던 거대한 암초의 대부분을 바라볼 수 있었다. 거대한 암초는 사실 소름끼치는 형상이 쓴 검은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왕관이었고, 이 형상의 기괴한 이마가 어슴푸레한 월광을 받아 드러났던 것이다! 괴물의 메스꺼운 발굽은 필경 여기서부터 몇 마일 떨어진 몸서리쳐지는 진흙탕을 긁고 있을 것이리라. 남은 얼굴이 마저 수면 위로 드러나 그 눈으로 나를 봐서는 안 되었기에, 나는 나를 곁눈질하는 배신자같은 달로부터 필사적으로 달아나며 쉴세없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이 극악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나는 세상의 송장들 위에 피둥피둥한 바닷벌래가 축연을 벌이는 해초투성이 벽과 수몰한 거리의 심장부인 악취 나는 심연으로 망설이지 않고 뛰어내렸다.
-끝-